1. 서 론
오늘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비롯한 첨단 기술은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으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분 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사산업(Maritime Industry) 역 시 이러한 기술혁신의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며, 항만 터미 널 운영, 선박시스템, 물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겪고 있다(Jung, 2025). 그 중심에는 자율운항선박 (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이하 ‘MASS’라 한 다)의 개발과 상용화라는 새로운 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MASS 관련 기술 개발과 실증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이하 ‘IMO’라 한다)도 2018년부터 MASS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HD한국 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기관자동화 솔루션 을 탑재한 대형 LNG 추진선박을 인도하였고(Park, 2023), 현 대미포조선은 2024년 한국 최초의 자율운항 실증선박을 건 조하여 첨단 운항시스템을 적용하였다(Kim, 2025). 또한 정 부는 2020년부터 6년간 MASS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하 며 지능형 항해시스템, 기관자동화 시스템, 차세대 통신시스 템 등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Park, 2023).
MASS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 선 해양모빌리티의 핵심 콘텐츠로서 해운·조선산업의 새로 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며, 스마트 항만과 연계 시 물류 효 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MASS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856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1,651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Baek, 2022). MASS는 인적 과실로 인한 해양사고를 줄이고, 선원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 및 환 경오염 저감 효과까지 기대된다.
이러한 기술적·산업적 변화에 대응하여 IMO는 2018년부 터 규정식별작업(RSE, Regulatory Scoping Exercises, 이하 ‘RSE’라 한다)을 수행하였고, 2022년부터 비강제 MASS Code 제정 작업을 본격화하였다. 해당 규범은 2026년 채택, 2032 년 강제 규범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MASS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국제협약의 제·개정은 시간적 제약이 크 며, IMO 소관 협약 전반을 신속히 정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MASS Code를 마련하되, 장기적으 로는 기존 협약의 단계적 개정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국내법도 이에 부응하는 정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MASS 운항을 대비하여 선제적인 법·제도 정비 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기술개발사업 또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개정된 법 률은 없으며, MASS의 연구·실증·시범운항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기술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한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만이 제정된 상태이다.
한편, 일본과 중국에서도 관련 연구와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MASS 운항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전 용 법률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반면 호주와 유럽 일부 국 가는 기존 해사법 체계 내에서 MASS를 점진적으로 수용하 고 조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MASS 관련 연구들은 주로 새로운 운항 주체로 등장한 원격운항자의 역할과 법적 지위, 책임 제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Kim, 2019). 특히 원격 운항자를 기존 선장과 선원의 법적 지위와 구분해야 하는 지, 아니면 포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 졌으며(Choi, 2018), 자율화 단계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달라 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국제협약, 특히 IMO LEG 협약의 제·개정 필요성을 검토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되었고(Jeon, 2022), 원격운항자의 자격, 책임, 증서 등과 관련 한 규정 개정이나 새로운 협약 필요성을 제시하였다(Jeon, 2018).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개별 쟁점 위주의 검 토에 머무른 한계가 있었으며, IMO MSC와 LEG에서 논의되 는 협약 제·개정과 핵심 주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국내법 체계와 연결한 연구는 부족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먼저 국제협약과 IMO 논의 현황을 분석하고, MASS 운항 적용 가능성과 관련 개정이 필요한 국내법령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IMO 기술 협약과 국내법 수용 연계성을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소관 법 령과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개정 필요 항목 및 제도적·운영 적 정비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이를 통해 MASS 상용 화에 따른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협약과 국내법의 연 계성을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나아가 본 논문에서 는 MASS 도입에 따른 국내 해사법규의 구조적 한계와 적용 상의 핵심 쟁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적·운영적 대 응과 규제 설계 로드맵을 제안하고자 한다.
2. MASS 도입에 따른 논의 쟁점과 법적 시사점
IMO는 MASS의 상용화 및 최첨단 기술 발전에 따른 적용 기준의 현실화를 위해 새로운 협약과 관련 규정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결과 IMO는 MASS 관련 의제를 공식적 으로 채택하고, 기존 국제협약의 적용 가능성과 격차를 식 별·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IMO 내에서 의 MASS 관련 기술적 논의와 법적 논의의 전개 과정을 살 펴본 후, 이를 토대로 국내법 적용 가능성과 파생되는 법적 쟁점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2.1 IMO의 MASS 기술 및 법률 관련 논의 현황
IMO는 RSE을 수행하기 위해 MASS의 자율화 수준을 선원 의 탑승 여부와 원격제어 기능을 기준으로 네 단계로 구분 하였다. 각 단계는 다음과 같다(Table 1).
이와 같은 단계별 자율화 수준을 기준으로, RSE 작업에서 는 MASS 운항이 기존 IMO 협약에 따라 제한되는지, 현행 규 정의 추가 해석이 필요한지, 또는 새로운 국제 규정이나 협 약의 제정이 요구되는지를 식별하였다(MSC.1/Circ.1604). 그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공백과 이슈로는 다음과 같다: (i) 용 어 정의의 불명확, (ii) 원격운항센터의 역할 및 기술 요건의 부재, (iii) 원격운항자의 법적 지위 불명확, (iv) 수동 작업 및 경보·화재 대응·감시 요건, (v) 사이버보안 및 정보 연결성 문 제, (vi) 선상 정보 요건 및 비상 대응 절차 등이 있다(Table 2).
제105차 MSC에서는 MASS 관련 협약 개발이 정식 의제 로 채택되었으며, 그 이후 MSC·LEG·FAL 공동작업반을 통 해 비강제 협약의 개발이 승인되었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게 진전되는 상황에서 MASS 상용화에 발맞추 어 IMO의 모든 협약을 일시에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이다. 따라서 IMO는 MASS 운용을 위한 비강제 규범인 MASS Code의 개발을 우선 추진하였고, 2026년 채 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해당 코드의 효과성과 실효 성을 검증하기 위한 경험축적기(EBP, Experience Building Phase)를 거친 뒤, 2032년경 강제 규범으로 전환·채택하기로 합의하였다.
제109차 LEG에서도 MASS 운항과 관련된 RSE 작업이 완 료되었으며, 그 결과 MSC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i) 선장의 역할과 책임, (ii) 원격운항자의 법적 지위와 책임 범위, (iii) 운항 책임 구조, (iv) MASS의 정의와 관련 용어, (v) 증서·서류 요건 등이 공통적인 쟁점으로 확인되었다(MSC.1/Circ.1638.).
아울러 IMO는 MASS에 관하여 2022년부터 MSC·LEG·FAL 간 공동작업반(Working Group)을 구성·운영하여, MASS 운용 에 따른 법적 공백과 규제 적용 가능성에 관한 논의를 지속 해 왔다. 공동작업반은 각 위원회에서 도출된 주요 공통 이 슈를 식별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후 회의에서는 특히 원격운항자 요건과 세부 용어 정의에 관한 심층 논의 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원격 선장(Remote Master)는 원격운 항센터에 위치한 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2.2 MASS 관련 IMO 논의 쟁점과 시사점
IMO의 MSC와 LEG 위원회에서는 주요 협약에서 선장, 선 원, 원격운항센터, 원격운항자의 정의와 역할이 명확하지 않 다는 공통적인 문제가 제기되었고, MASS 운항을 위해 새로 운 규정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LEG 위원회는 법률협약이 대체로 MASS에 적용 가능하 다고 판단하였으나, 책임 체계, 선장의 법적 지위, 원격운항 자의 책임 범위, MASS 관련 용어 정의 등은 명확한 해석과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핵심 이슈 가 정리된 이후에는 해상보험, 사고 책임, 보상 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법적 정비와 검토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하 였다.
이 두 위원회의 논의를 종합하면, 원격운항자의 역할과 책임이 모든 규제 작업의 기초이자 최우선 쟁점임이 확인되 었다. 아울러 원격운항센터의 법적 지위, 책임 소재, 운항 지 휘권 역시 중요한 문제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Table 3).
3. MASS의 실제 운항을 위한 국제협약과 국내법의 적용 가능성
앞서 MSC, LEG, 공동작업반은 MASS 상용화를 위해 국 제협약상 우선 필요한 과제들을 검토한 결과, 최종적으로 는 MASS Code 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MASS Code는 MASS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선박의 설계, 건조, 장비, 운항 및 인적 요소를 규율하기 위한 기본 규정 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향후 MASS Code가 강제 규정으 로 채택될 경우 기존 국제협약들은 다수의 조항이 직접 개 정되거나 MASS Code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본 장에서는 IMO의 RSE을 통해 도출된, MASS 운항과 관련하여 기존 협약의 개정·재해석·추가 검토가 요 구되는 11가지 공통 주요 쟁점을 토대로 관련 협약과 국내 법의 연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3.1 MSC 중심 기술 협약의 국내법적 적용
MASS 운용을 위해 MSC와 LEG에서 다루는 협약 전반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여기 서는 우선 해양수산부 소관 법령을 중심으로 국내법 적용 가능성을 분석하였다(Table 4).
이상의 검토를 종합하면, 우선 정비가 필요한 항목은 선 장·선원·책임자의 의미와 법적 정의의 재구성이다. 이는 기 존 인적 운항체계와 달리 원격운항 및 인공지능 기반 운항 이 이루어지는 MASS 환경에서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격운항센터(ROC)와 원격운항자라는 새 로운 운용 주체의 법적 지위 역시 선제적으로 확립되어야 하며, 특히 원격운항자를 ‘선원’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는 향 후 입법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또한 MASS 운항에는 전통적 인적 개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인 상황이 많으므로, 기술적 설비 요건과 안전관리체 계 역시 별도로 검토가 필요하다. 예컨대 수동조작 시스템, 브리지 경고장치, 사이버 보안 체계, 선박·육상 간 통신 인프 라 등은 모두 자율운항 안전성과 직결되므로, 현행 기술 기 준 및 검사 제도와의 적합성 여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3.2 LEG 중심 협약의 국내법적 적용
LEG 협약은 MSC 협약과 달리 해양수산부 소관 법령에만 국한하기 어렵다. 일부 법률은 형식적으로는 법무부 소관이 지만, 정책적 운영이나 집행 측면에서는 해양수산부가 관여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LEG는 해상에서의 법적 책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므로, 배타적 경제수역, 유류오 염, 원자력 손해배상 등 해양환경 관련 법령과 긴밀히 연계 된다. LEG 협약의 공통으로 식별된 잠재적 결함에 따른 관 련 협약과 국내법은 다음과 같다(Table 5).
LEG 협약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적 용어 정비와 MASS 운용 주체의 역할·책임 범위 명확화이다. 이는 단순히 기존 용어를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MASS의 기술적 특성 과 운영 방식에 적합한 새로운 법적 지위를 설정하고 기존 개념과의 충돌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LEG 협약과 국내 법제를 연계하여 보면, MASS 관 련 국내법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해양 오염 관련 법제, 둘째, 해양사고 및 안전 관련 법제, 셋째, 사 고 발생 시 책임 규율 법제이다. 이러한 구분은 향후 국내 입 법 및 제도 정비에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4. MASS 도입과 대응을 위한 국내 법령 체계의 개선 및 대응 과제
앞에서는 국제협약과 연계한 국내법의 정비 항목을 검토 하였다면 여기서는 국내 법령에서 정비가 필요한 항목을 정 리해 보고자 한다.
4.1 기술 협약과 연계 국내법령 정비 과제
MASS의 도입은 IMO 차원에서의 기술협약 개정 논의와 밀접하게 연동된다. 특히 「선박안전법」과 「해상교통안전 법」은 선박검사, 안전설비, 항행 안전 확보 등 인명과 직결 되는 규율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자율운항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선제적 개정이 요구된다.
또한 원격운항자의 법적 지위 및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 해 관련 자격 요건, 면허, 교육·훈련 절차를 국내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선원법과 선박직원법에서 가장 직접적으 로 다루어질 수 있는 부분으로, 기존의 ‘승선 근무자’를 전 제로 한 규정을 MASS 운항환경에 적합하게 확장·수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MASS의 단계별 발전 수준(IMO의 자율화 단계 구 분)에 따라 법령상 요구되는 안전 기준 및 기술 요건을 차등 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원격조종 단계에서는 통신·모니 터링 장비의 안전성 확보가 핵심이 되지만, 완전 자율운항 단계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신뢰성과 사이버보안 규 율이 보다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기술적 특성을 고려한 맞 춤형 법령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Table 6).
결국 기술 협약과 연계된 국내 법령 정비는 단순한 협약 이행 차원을 넘어, 국제 규범을 국내법에 적절히 수용하고 미래 운항환경에 부합하는 법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 제로 볼 수 있다. 이는 선박의 안전 확보, 법적 예측 가능성 제고, 국제적 조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 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4.2 법 협약과 연계 국내법령 정비 과제
IMO 법 협약과 연계된 국내 법령들은 대부분 선장의 지 위와 역할, 그리고 전통적 선박 운항 방식을 전제로 규정되 어 있다. 그러나 MASS 환경에서는 선장의 역할이 원격운항 자, 기술관리자, 소프트웨어 제공자 등으로 분산되므로 각 주체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법 령에서 규정하는 ‘선박’의 정의가 MASS를 포함할 수 있는지 를 검토해야 한다.
「해상법」,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등은 MASS 운 항에서 새로운 주체와 기술적 요인에 의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책임 귀속과 면책 사유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내법상 책임 주체의 범위를 확장 하고, 원격운항 시스템을 포함할 수 있도록 보험 및 보증제 도의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해상교통안전법」, 「수상구조 안전법」, 「선 박위해처벌법」, 「테러방지법」등은 선장의 현장 지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원격운항자가 사고 대응이나 위기관리 상황에서 어떠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선박위해처벌법」과 「테러방지법」은 사이버 공격, 원격제어 시스템 불법 점거 등 신종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MASS 특화 규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증명서와 보증서 제도는 전통적 선박 운항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MASS에 적합한 운항시스템 인증, 소 프트웨어 안전성 검증, 원격운항자 자격 증명 등의 새로운 제도화가 요구된다(Table 7).
결국 법 협약과 연계된 국내법 정비는 새로운 주체의 지 위와 책임, 책임 귀속 및 면책 구조, 증명·보증 제도, 사이버 보안 및 위기 대응 규정 등 전반에 걸친 체계적 검토가 필요 하다고 본다.
4.3 제도적·운영적 정비 필요 항목
앞에서 MASS 도입과 관련하여 국내법의 개정이 필요한 항목과 그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단순히 법령을 수 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행정적·운영적 차원에 서의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해상 안전과 법적 안 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정비 과제가 요구된다.
첫째, 인적 자원의 자격체계 정립이다. 기존 선장과 선원 의 자격과는 별도로, 원격운항자(Remote Operator), 시스템 관 리자, 사이버 보안 담당자 등 새로운 주체들에 대한 자격 기 준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일정 수준의 해기 면허 또는 항 해 관련 실무 경험, 전자항법·자동화 시스템 운용 능력, AI 기반 의사결정 도구 활용 능력, 관련 교육 이수 등이 요구될 수 있다. 특히 원격운항자의 경우에는 인지·상황판단 능력과 시각·청각 반응 등 인간적 요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제도화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둘째, 선박검사 및 안전성 평가 제도의 확장이다. 현재의 검사 제도가 선박의 물리적 구조와 기계설비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MASS 시대에는 원격제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AI 장치 등 비물리적 요소까지 포함하는 안전 검증 절차가 필 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안전성 평가와 인증제도는 ISM Code 등 국제협약과 연계해 통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국제 항해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셋째, 보험 및 보증 체계의 재설계이다. MASS 운항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주체가 다원화될 가능성이 크므 로, 기존 P&I 보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 라 MASS 전용 보험 상품 개발, 원격운항 시스템 결함에 대 한 별도 보증제도,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공동으로 가입하는 다자형 보험 구조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위험에 대한 재정적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데이터 관리 및 사이버 보안 규범 정비이다. MASS 운항은 선박과 육상 간 실시간 데이터 송수신에 의존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소유권, 관리 책임, 보관 기준을 명확히 정 립해야 한다. 동시에 사이버 공격, 원격제어 권한 탈취, 데이 터 위·변조 등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규범과 감 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IMO 차원의 사이버 보 안 가이드라인과 국내 감독기관의 규제·감독 권한을 연계하 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Table 8).
5. MASS 도입에 따른 국내 해사법제의 대응과 과제
앞서 MASS 도입에 대비한 국내 법령 정비와 제도 개선 과제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해 사법제의 구조 자체가 MASS 운항의 개념과 특성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규정은 선 박 내 인적 지휘·통제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어, 비승선·비 대면 운항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다. 따라서 MASS 운항 특성과 기존 법체계 간의 구조적 불 일치를 검토하고, 그에 대한 법적 대응 방향을 모색할 필요 가 있다.
5.1 MASS 특성과 기존 법규 간 구조적 불일치
국내 해사법제는 선박의 물리적 운항과 선원 중심의 책 임·의무를 전제로 한다. 「선원법」, 「선박직원법」, 「선 박안전법」등은 모두 선장과 선원을 핵심 행위주체로 설정 하고 인적 판단과 지휘를 전제로 하지만, MASS는 원격운항 자나 AI 시스템이 운항을 담당하고 의사결정 역시 육상 통 제센터나 알고리즘으로 이전된다. 이에 따라 기존 법체계와 MASS 운항 간에는 본질적 불일치가 발생한다.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법적 주체의 불명확성이다. 기존 체 계에서는 선장이 운항과 통제를 전담하며 책임이 명확히 귀 속되지만, MASS에서는 선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역할이 원격 운항자·시스템 운영자·AI 등으로 분산된다. 이로 인해 사고 나 위법 행위 발생 시 제재나 손해배상 책임의 귀속 주체가 불명확해진다(Jung, 2023). 예를 들어 원격운항 중 충돌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이 원격운항자, 시스템 개발자, 통신망 운영자 중 누구에게 있는지 현행 법체계는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또한 현행 제도는 선박 내 인적 대응을 전제로 한 보고·점 검·감독 체계에 기반하지만, MASS는 원격 감시와 자동 의사 결정으로 운항되므로 감독기관의 역할, 정보 접근 방식, 책 임 부과 절차 등 제도의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나아가 선박소유자, 시스템 개발자, 데이터 제공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운항에 관여하면서 책임이 다층적으로 분산되어 기존의 단일 책임구조로는 대응이 어렵다.
결국 MASS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법적 주 체, 책임의 범위와 기준이 모두 재구성되어야 하는 법체계 전환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부분적 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MASS 운항의 특성과 운영 현실을 반영한 새 로운 규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5.2 국내법별 적용상의 핵심 쟁점
MASS 도입은 기존 해사법령의 전제 구조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각 법률이 사람의 직접 개입을 전제로 하는 만큼, 원격운항자나 AI 시스템이 그 기능을 대체할 경우 법적 공 백이 발생한다. 주요 법률별 핵심 쟁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Table 9).
이처럼 MASS 운항은 기존의 선장 중심 법체계와 충돌하 며, 각 법률 간의 불일치는 새로운 법적 개념의 도입과 감독 체계 재정립을 요구한다.
이러한 충돌로 인해 국내 해사법제 전반에서는 다음과 같 은 세 가지 구조적 공백이 드러난다.
첫째, 법적 정의 체계의 불일치이다. 대부분의 해사법제는 선장·선원 등 인적 요소를 중심으로 법적 주체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MASS에서는 원격운항자, 시스템 운영자, AI 운항 알고리즘 등 새로운 행위주체가 등장함에 따라 기존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현행 법체계에는 이러한 주체들을 포섭할 정의 규정이 부재하여, 법 적용의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감독과 책임 구조의 단일성이다. 현행 제도는 선 박 내 인적 지휘체계를 전제로 하지만, MASS 운항에서는 원 격운항센터, AI 시스템, 통신 인프라 등 복수의 주체가 결합 하여 운항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실제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불분명하며, 사고 발생 시 책임 귀속을 명확히 하 기 어렵다.
세 번째, 면책 및 보상체계의 불균형이다. MASS 운항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통신 장애, 알고리즘 오류, 사이버 공격 등 비전통적 요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은 이 러한 기술적 요인에 대한 책임 주체나 면책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어, 사고 원인과 책임의 인과관계를 특정 하기 어렵다.
결국 MASS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법적 주체의 정의부터 책임·면책·보상 구조에 이르기까지 해사법 체계 전반의 재설정을 요구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5.3 제도적·운영적 대응 및 규제 설계 로드맵
법적·제도적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MASS 기술 수 준과 운항 형태에 따라 단계별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IMO 기준에 따르면 MASS는 승선형 자동화 단계, 원격운항 단계, 완전 자율운항 단계로 구분되며, 각 단계에 따라 규제 초점이 달라진다.
1·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자동화 시스템이 항해 를 보조하는 수준으로, 기존 법체계를 유지하되 자동화 설 비의 인증, 통신안정성, 사이버보안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
3단계는 비승선형 원격운항 단계로, 원격운항자와 원격운 항센터의 법적 지위 확립이 핵심이다. 자격·면허제 신설, 운 항데이터 보존의무, 통신 장애 시 자동안전모드 전환 등이 필요하다.
4단계는 AI 완전자율 단계로, 기존의 ‘선장’ 개념이 소멸 하고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진다. 이에 따라 AI 운항시스템 의 알고리즘 인증, 설명가능성 확보, 업데이트 의무 부과, 다 층적 책임체계 확립이 요구된다.
이러한 로드맵에 따라 MASS 법제는 선원 중심에서 원격 운항 중심으로, 거기서 더 나아가 AI 자율운항 중심으로 점 진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자동화 기술의 법적 지위와 감독체계를 보 완하고, 중기적으로는 원격운항자 제도와 데이터 관리 기준 을 확립하며, 장기적으로는 AI 인증 및 복합적 책임체계를 법제화함으로써 기술 발전 수준에 대응하는 유연한 규제체 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Table 10).
6. 결 론
본 연구에서는 MASS의 도입과 상용화를 대비하여 IMO에 서 진행 중인 논의와 협약 정비의 방향성을 검토하였다. 현 재 IMO는 기존 국제협약의 전면적 개정에 앞서, 경험 축적 과 위험성 평가를 위한 단계적 접근으로서 비강제 MASS Code를 마련하여 채택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비강제 규범 은 실제 운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개선 필요를 검증하는 시범적 성격을 가지며, 향후 강제화 과정에서 국 제협약 개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나아가 MASS Code의 강제화가 이루어진다면, SOLAS, COLREG, STCW 등 주요 협약의 개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각국 국내법의 정비 로 이어져 일관된 법적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적으로는 원격운항자의 법적 지위와 역할, 선하증권 및 운송계약 구조의 개선, 그리고 국제협약 개정에 대응한 국내 입법 전략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본 연 구는 그 연장선상에서 국제협약과 국내법의 연계성을 구체 적으로 검토하였으며, 특히 다양한 국내 법령 중 개정이 요 구되는 조항과 항목들을 식별하고 그 정비 방향을 제시하였 다. 특히 단순한 법 개정 차원을 넘어, MASS 운항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 기준의 정비 필요성을 함께 강조하였다.
비록 본 연구에서는 IMO의 MSC 및 LEG 협약, 그리고 해 양수산부 소관 국내법을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하였으나, MASS의 자율화 단계가 고도화될수록 데이터 관리, 사이버 보안, 책임 배분, 보험 제도, 항만운영 기준 등 보다 폭넓은 영역에서의 법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타 부처 소관 법령, 민간 산업 규범 및 국제표준과의 조화 역시 향후 심층 연구가 요구되는 과제이다.
더 나아가 MASS의 도입은 단순한 법제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혁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MASS의 도입은 기존 선원의 역할 축소를 초래하여 인적자원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초기에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장기적인 개발 기간이 요 구되므로, 산업계가 MASS 운항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신뢰 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수용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법제 정비가 지 연될 경우 규제 공백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 지하기 위해 정부·산업·노동계·전문기관이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 이러한 사회적 기반 위 에서만 기술 혁신과 법제 전환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 을 것이다.
이를 위해 후속 연구로 본 연구에서 제시한 법제 개편의 방향성을 토대로 각 개별 법령의 조항을 심층적으로 분석하 고 구체적인 개정 및 신설 조항을 제안함으로써 실효성있는 입법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MASS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해사법제의 근 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드는 역할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협약과 국내법의 정비는 불가피하다. 이 연 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국 제협약과 국내 법령을 연계하여 분석하고 제도적·운영적 정 비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실무적 의의를 가진 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제시한 규제 설계 로드맵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개정·정비해야 할 법령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법제 전환의 사회적 수용성과 법적 타당성을 높이는 데 기 여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보다 체계적인 국제 논의와 국내 입법·정책의 조화 가 이루어진다면, MASS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해 상운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