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해상운송은 전 세계 물류의 근간으로서 막대한 화물과 여객 수송을 책임지고 있으나, 선박 간 충돌사고는 여전히 해양 안전의 핵심 이슈로 거론된다(Namgung, 2022). 실제로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에서 제정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Preventing Collisions at Sea, COLREGs)(IMO 1972)은 선박 간 조우 상황에서 지켜야 할 구체적인 행위 규칙을 제시하지만, 복잡한 운항 환경에서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Wang et al., 2023a;Wang et al., 2023b;Wang et al., 2023c). 이러한 어려움은 주로 불규칙하게 변동하는 해상 교통량, 급변하는 기상 조건, 선박 특성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인적 오류에서 비롯된다(Agyei et al., 2024;Miller et al., 2025).
최근 자율운항선(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s, MASS)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선박 충돌 회피를 자동화하기 위한 알고리즘들이 잇따라 제안되고 있다(Bakdi and Vanem, 2022;Wang et al., 2023a). 예컨대 속도-장애물 기법(Velocity Obstacle, VO), 인공포텐셜필드(Artificial Potential Filed, APF)를 개선한 기법이나 심층 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 DRL) 기반 접근 등이 시도되고 있으며, 다중 선박 조우 환경에서 안전 거리를 확보하고 규칙 위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는 연구도 활발하다(Vagale et al., 2021;Li et al., 2023;Yuan et al., 2023). 그러나 완전 무인 자율 운항 체계가 해운 현장에 곧바로 도입되기에는 제도적·기술적 장벽이 상존하고, 대부분의 상선은 여전히 유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항해사의 전문 지식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Kim et al., 2024).
이에 따라, 인간 항해사와 AI 간 협업을 모색하는 방향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한다(Ma et al., 2025).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예컨대 GPT 시리즈, ChatGPT 등은 자연어로 구성된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여 문맥 추론과 규칙 해석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Miller et al., 2025). 이러한 LLM은 복잡한 명령이나 규칙 을 유연하게 이해하고, 사람의 질의에 대해 대화형으로 답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COLREGs와 같은 서술적 규범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준다(Agyei et al., 2024).
Navigation-GPT 프로젝트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듀얼 코어 LLM 구조와 ReAct 기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결합하여 항해 의사결정 전반을 보조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였다(Ma et al., 2025). 본래 대형 언어 모델은 외부 센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지 못하고 확률적 언어 생성에 의존한다는 약점이 있으나, Navigation-GPT는 첫 번째 LLM 코어가 외부 정보(지도, 센서 API 등)를 호출·구조화하고, 두 번째 LLM 코어가 COLREGs 규칙을 반영한 최종 결정을 제시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였다. 이는 해상 운항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동적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도 LLM이 일관성 있는 분석과 조언을 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LM을 실제 유인선 환경에 적용하려면 두 가지 요소가 추가로 필요하다(Miller et al., 2025). 첫째, 항해사가 레이더·AIS 등에서 얻게 되는 실시간 센서 정보를 LLM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식으로 질의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Li et al., 2023). 둘째, LLM이 제시하는 결과가 항상 COLREGs와 부합한다고 보장할 수 없으므로, 프롬프트 구조를 표준화하고 항해사가 결과를 검증·보완할 운영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Yuan et al., 2023).
본 연구는 이러한 필요성에 대응하여, Namgung(2022)에서 소개된 4단계 충돌회피 프로세스(탐지, 위험평가, 경로계획, 조치실행을 바탕으로 항해사가 LLM(GPT)과 효율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프롬프트 템플릿을 설계하고자 한다. 실제로 선박 충돌회피는 탐지 단계부터 위험평가 단계, 경로계획 단계, 조치실행 단계로 순차 진행되며, 각 단계마다 항해사가 확인·결정해야 할 항목이 방대하다(Namgung, 2022;Tam et al., 2009).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항해사는 인지 부하를 줄이고 안정적인 판단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질의-응답 흐름을 마련해두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구체적으로, 탐지 단계에는 “현재 시점에서 주의해야 할 목표물은 무엇인지”를 GPT에 묻고, 위험평가 단계에는 “각 선박 간 충돌위험지수 (Collision Risk Index, CRI), 조우관계 및 피항 동작의 요건 판단”을 질의하며, 경로계획 단계에는 “가능한 회피 기동 대안별 안전 여유도”를 비교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Namgung and Kim, 2021;Namgung, 2022). 이하 본문에서는 COLREGs 규칙 기반의 충돌회피 과정과 선박 간 충돌위험도 평가 및 충돌회피 경로 생성에 대한 간단한 배경을 제시하고, 4단계 충돌회피 단계에 따른 프롬프트 설계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뒤,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본 설계안이 갖는 의의를 논의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COLREGs 규칙 기반 충돌회피 과정
Namgung(2022)은 A Guide to the Collision Avoidance Rules (Cockcroft and Lameijer, 2012)에서 제시된 다양한 판례와 전문가 논의를 바탕으로, COLREGs 규칙의 핵심 조항인 제5조, 제7조, 제8조 및 제13조부터 제17조에 따라 충돌회피 절차를 Fig. 1과 같이 도식화하였다. 먼저 제5조에 따라 선박은 상황 및 조건에 적절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현재 상황과 충돌 위험을 충분히 관측하고 평가하여야 하며, 제7조에 따라 나침의 변화 및 레이더 플로팅 등 체계적인 관측을 통해 충돌 위험을 식별한다. 이후 충돌 위험이 존재할 경우, 제13조부터 제15조에 따라 조우 유형을 판단하고, 자선인 경우 제16조에 따라 회피 여부를 결정한 후 제8조를 적용하여 안전한 거리에서 진로 및 속도를 조정한다. 유지선은 제17조에 따라 상대 선박의 회피 행동으로 충돌 위험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제8조에 따라 회피 행동을 수행한다.
2.2 선박 간 충돌위험도 평가
선박 간 충돌위험도 평가는 크게 선박안전영역(Ship Domain, SD)과 최근접접근점(Closest Point of Approach, CPA)을 활용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각의 기법은 선박 운항자의 의사결정 및 자동화된 충돌 회피 시스템에 활용된다. CPA 기반 충돌위험평가는 선박 간 상대거리와 방위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실시간 위험도를 산출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Namgung and Kim, 2021). 특히, CPA 기반 충돌위험도 평가는 퍼지추론시스템(Fuzzy Inference System, FIS)을 통해 DCPA와 TCPA를 하나의 지수로 정량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Namgung and Kim(2021)이 제안한 FIS-NC(Fuzzy Inference System based on Near-Collision)은 DCPA와 TCPA 외에도 나침 방위 변화량(Variance of Compass Degree, VCD), 상대거리(Relative distance, Dr)를 추가 입력 변수로 활용하여 CRI 추론의 정확도를 더욱 향상시켰다. 여기서 CRI는 0.00부터 1.00까지의 사이로 설정되며, 일정 임계값을 초과하거나 피항선(give-way vessel) 및 유지선(stand-on vessel)의 피항시점이 각각 0.01 또는 0.33 이상이 도달하면 충돌 회피 동작을 수행하게 된다. Fig. 2는 FIS-NC를 활용해 CRI를 추론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먼저 입력변수가 측정되어 퍼지화(fuzzification) 과정을 거친다. 이때 각 입력값에 대해 언어적 범주가 부여되고, 해당 범주에 대한 소속도(멤버십 함수)가 계산된다. 이후 이러한 퍼지 입력 값들은 사전에 정의된 ‘IF-THEN’ 형태의 규칙(rule base)과 퍼지 추론(inference)과정을 통해 통합되어 퍼지 출력 집합이 형선된다. 마지막으로 역지퍼화(defuzzification)를 수행해 이 퍼지 출력 집항을 하나의 구체적 수치(CRI)로 변환한다.
DCPA와 TCPA는 Fig. 3과 같이 기하학적 계산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DCPA와 TCPA를 구하는 식은 식(1)-(5)와 같다.
Dr 은 상대 선박과의 거리이며, Vos , Vts, Vr은 각각 자선의 속력, 상대 선박의 속력, 상대 속력을, ϕos , ϕts , ϕr은 각각 자선의 침로, 상대 선박의 침로, 상대침로을 나타낸다.
VCD를 구하는 식은 식(6)과 같다.
FIS-NC는 총 256개의 규칙을 가지며, 함수 fi (x1, x2, x3, x4) 는 식(7)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최종 출력은 256개의 모든 후건부 인수 집합을 단일 구조로 통합하며, 이는 식(8)과 같이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을 통해 도출된다.
2.3 선박 간 조우관계 및 피항동작의 요건 판단
IMO에서 제정한 COLREGs은 선박 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13조부터 제17조까지 추월상태(overtaking), 정면으로 마주치는 상태(head-on), 횡단 상태(crossing) 각각 취해야 할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COLREGs 규칙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개념적 기준만 제시하고 정량적인 기준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항해사는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바탕으로 조우 상황을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어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Namgung(2022)는 ϕos을 기준으로 αr으로 Sector를 구분한 뒤, 해당 Sector 내에서 ϕos과 ϕts이 마주치는 각도인 ϕe을 활용하여 조우 관계를 판단하였다. αr과 ϕe은 Fig. 4와 같이 기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ϕe은 식(9)를 이용해 계산한다. 이 값이 음수로 나타날 경우에는 360°를 합산한다.
3. 단계별 프롬프트 설계
3.1 LLM 기반 항해 의사결정 지원 개념도
Namgung(2022)은 충돌회피를 (1) 탐지(Detection), (2) 위험 평가(Risk Assessment), (3) 경로계획(Route Planning), (4) 조치 실행(Execution)의 순서로 나누었다. 이는 자율운항선뿐 아니라, 유인선 항해사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일반적 프로세스다. 이에 해당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항해사가 GPT에 질의할 프롬프트 틀을 Fig. 5와 같이 GPT 기반 충돌회피 의사결정 지원 개념도를 도식하였다.
3.2 탐지 단계 프롬프트
탐지 단계에서는 주변 해역에 잠재적 충돌 위험 선박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GPT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 항해사는 자신이 확보한 감지 정보(레이더/AIS/시각 관측)를 GPT에 설명하거나, 또는 GPT와 연동된 센서 데이터 요약 기능이 있다면 단순히 현 시점의 상황 분석을 요구할 수 있다. 프롬프트의 목적은 주변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서술을 얻고, 특히 주의해야 할 목표물이 있는지 식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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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 단계 프롬프트 예시(항해사 → GPT) : “현재 우리 선박 주변에 어떤 선박들이 있고, 그 중 충돌 가능성이 있는 목표가 있나요? 레이더에는 전방 약 4해리 거리 우현 방향에 한 척의 선박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위 프롬프트는 항해사가 현재 파악한 상황(전방 우현 4해리 거리에서 선박 발견)을 함께 제시하면서, GPT에게 추가적인 주변 상황 요약과 위험 선박 식별을 요청하는 형태이다. GPT는 이 입력을 받아 레이더 및 AIS 정보를 종합 분석하여,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답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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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 단계 프롬프트 예시(GPT → 항해사) : “현재 주변에 3척의 선박이 탐지됩니다. 이 중 우현 3해리 거리의 선박이 우리 선박과 상대 침로로 접근 중이며, 나머지 선박들은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항해사는 놓칠 수 있는 다른 목표물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특정 선박이 위험 후보임을 선별해낼 수 있다. 탐지 단계에서 GPT를 활용하면, 개방형 질의(주변 전체 상황 확인)부터 특정 지점 집중 분석(좌현 안개 속 소형선, 부유물 등)까지 폭넓게 대응이 가능하다.
3.3 위험 평가 단계 프롬프트
위험 평가 단계에서는 이미 인지된 특정 선박이나 물체에 대해 충돌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GPT의 도움으로 판단한다. 항해사는 이 단계에서 관심 대상의 방위, 거리, 속력, 침로 등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여, GPT에게 정량적 위험도 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프롬프트 작성의 핵심은 “이 대상과 충돌 위험이 있는가? 있다면 어느 정도로 위험한 가?”를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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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평가 단계 프롬프트 예시(항해사 → GPT) : “우현 4해리 거리에서 접근 중인 선박과의 충돌 위험을 평가해 줘. 현재 우리 선속 12노트, 상대 선속 15노트로 보입니다. DCPA, TCPA, VCD, Dr은 어떻게 되고, FIS-NC로 CRI 가 0.01 이상인가요?”
위 예시는 특정 선박(우현 4해리 거리에서 접근 중인 선박)을 지목하여, DCPA, TCPA, VCD, Dr와 같은 세부 지표를 묻고 있다. 또한 FIS-NC 기반으로 산출되는 CRI 값이 0.01 이상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GPT는 실시간 항법 데이터에 접근 할 수 있다면 해당 값을 직접 산출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항해사가 제공한 입력 값을 토대로 어느 정도 근사치를 계산 해줄 수 있다. 예시 답변은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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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평가 단계 프롬프트 예시(GPT → 항해사) : “상대 선박은 약 14분 후 DCPA 0.4해리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고 (TCPA≈14분, CPA≈0.4해리), VCD는 0.7도, Dr는 4 해리 정도입니다. FIS-NC 결과 CRI는 0.01 이상으로 추론 됩니다.”
이처럼 항해사는 수치적으로 충돌에 임박한 정도를 파악하고, 만약 CRI 지표까지 임계치를 넘어간다면 즉각적인 회피 동작을 고려해야 함을 확인하게 된다. 위험 평가 단계에서 GPT가 산출해주는 정량 지표(CPA, TCPA 등)와 규칙 해석은 항해사가 실무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3.4 경로 계획 단계 프롬프트
경로 계획 단계에서 항해사는 단순히 COLREGs상의 ‘추월 상태’ ‘횡단상태’, ‘정면으로 마주치는 상태’이라는 정성적 판단을 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Sector 분할과 조우각도 계산을 통해 한층 더 정밀한 회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때 GPT 에게는 해당 각도·거리·속력 정보와 함께 “현재 조우 상태가 추월·마주침·횡단 중 어느 Sector에 속하는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Rule 13~17을 어떻게 적용해 회피 경로를 잡아야 하는지” 등을 묻는 방식으로 프롬프트를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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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계획 단계 프롬프트 예시(항해사 → GPT) : “현재 저희 선박과 상대 선박이 횡단(crossing) 관계로 접근 중 인 것 같습니다. 주어진 항법 데이터로부터 αr와 ϕe 값을 구해서 어떤 Sector에 해당되는지, 그리고 어떠한 피항 동작 요건을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계산 과정에서 ϕe가 음수가 나오면 360°를 더해 보정해주세요.”
위 프롬프트는 자선과 상대 선박의 조우 관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형태이다. 항해사는 αr와 ϕe의 정보를 통해 “이 상황이 진정한 횡단상태인지, 혹은 다른 조우 상황에 더 가까운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계산된 결과가 어느 Sector에 속하느냐에 따라 “COLREGs 제15조의 횡단 규정”이 적용되는지, 혹은 다른 규칙(예: 추월 상태 규칙, 정면 마주침 규칙)으로 해석될지 판단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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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계획 단계 프롬프트 예시(GPT → 항해사) : “제공해 주신 항법 데이터를 기반으로 αr는 045°가 나왔습니다. Sector Ⅱ에 해당되며 ϕe는 030°로 횡단상태에 해당하며, COLREGs 규칙 제16조에 따라 우리 선박이 상대선박의 진로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GPT의 답변을 통해 항해사는 실제로 어느 조 우 상태인지, 그리고 COLREGs 제15조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량적 지표를 근거로 알 수 있다. 이는 항해사가 주관적 직관만으로 “횡단”이라고 추정하는 것보다 객관성이 높으며, 오류 가능성을 낮춰준다. 아울러, 계산 과정에서 ϕe가 음수가 될 경우 360°를 더하는 보정 절차도 자동으로 수행되므로, 항해사는 복잡한 각도 연산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결과를 바로 활용할 수 있다.
3.5 조치 실행 단계 프롬프트
실행 단계에서는 결정된 회피 기동을 실제 수행하면서, 추가로 유의해야 할 사항이나 실행 중 모니터링 포인트를 GPT에게 확인받는다. 이 단계의 프롬프트는 주로 “지금 이 행동을 취하려고 하는데, 괜찮은가?”, “다른 위험은 없나?”, “언제 원래 침로로 복귀하면 될까?” 등의 형태로, 최종 확인 및 미세 조정을 목표로 한다. 항해사는 이미 행동을 결심한 상태이므로, GPT의 역할은 체크리스트를 점검해주고 실행 과정에서의 상황 변동에 대한 경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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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 단계 프롬프트 예시(항해사 → GPT) : “지금 우현으로 20도 변침하여 충돌 회피를 실행합니다. 이후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추가로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상대 선박이 지나간 후 언제 복귀 침로를 잡는 게 좋을지도 알려주세요.”
위 프롬프트는 항해사가 구체적인 행동(‘우현 20도 변침’) 을 실시하겠다는 결심을 공유하면서, 그 과정에서 주시해야 할 사항과 복귀 타이밍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형태이다. GPT는 체크리스트를 점검해주고, 혹시 놓쳤을 수 있는 다른 위험 요소를 재확인해주며, 복귀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예: 상대 선박과의 CPA, 거리 이격 등)을 제시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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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 단계 프롬프트 예시(GPT → 항해사): “우현으로 20도 변침을 실시하십시오. 변침 중에는 상대 선박의 동향을 지속 관찰하며,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선박이나 부유물 등이 없는지 레이더와 육안으로 수시 확인해주십시오. 현재로서는 추가 위험 선박은 감지되지 않습니다. 상대 선박이 우리 선박의 오른쪽 후미로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새로운 침로를 유지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상대 선박과의 DCPA가 최소 1해리 이상 유지되는지 모니터링하세요. DCPA가 충분히 증가하여 안전거리가 확보되면 원래 침로로 복귀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GPT는 항해사가 요청한 ‘20도 변침’이 적절함을 재확인해 주는 동시에, 항해 중 주의해야 할 감시 항목(레이더/AIS/시각 관측)과 복귀 시점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함께 제시한다. 이는 변침 과정에서의 Rule 5(감시 의무)를 지속 이행하게끔 돕고, 충돌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기여한다. 추가적으로, 회피 기동 후 항해사가 진행 상황을 GPT에게 업데이트하면, GPT는 해당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위험 요소가 없는지 재평가하여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해사가 “변침 완료. 상대 선박은 좌현 선미로 통과 중입니다”라고 알리면, GPT는 “회피 기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대 선박과의 거리가 계속 벌어지고 있으니 지금부터 규정 속력으로 복귀해도 되겠습니다. 주변에 특별한 위험은 추가로 탐지되지 않았습니다” 등의 안내를 할 수 있다. 이처럼 회피조치 실행 단계 프롬프트는 실시간 행동 확인과 사후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추어, 항해사가 회피 동작을 수행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변 상황을 지속 감시하도록 돕는다.
4. 가상 시나리오 적용 결과
제안된 GPT 프롬프트들이 실제 운항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본다.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단계별로 항해사와 GPT 간 상호작용을 재현함으로써, 본 논문의 프롬프트 설계안이 실무적으로 적용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Fig. 6과 같이 보여준다.
4.1 시나리오 설정
날씨가 맑고 시야가 양호한 어느 오후, A호(본선, 화물선)는 정북(000°)으로 항로를 유지하며 12노트로 운항 중이다. 이때 A호 우현 전방 약 45° 방위, 거리 5해리 부근에 B호(상대 선박, 유조선)가 북서 방향(약 315°)으로 항행 중이어서, 두 선박의 침로가 교차하는 횡단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B 호는 A호의 우현측에서 좌현측으로 횡단하려는 형국으로, 현재 속력은 15노트로 추정된다. 이 상황에서 A호의 항해사 는 GPT 기반 충돌회피 보조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대응을 시작한다.
4.2 탐지 단계
A호의 항해사는 레이더에 포착된 상황을 GPT에 전달하여 잠재적 충돌 위험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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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 “주변 AIS 및 레이더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현재 본선 10해리 이내에 2척의 선박이 있습니다. 이 중 우현 전방 4.8해리 거리의 선박(B호)이 우리 항로와 교차하는 방향으로 접근 중입니다. 다른 한 척은 좌현 후방 8해리 거리로 점점 멀어지고 있어 위험하지 않습니다. B호에 대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GPT는 주변 선박 중 A호와 상대 침로로 접근 중인 B호를 위험 후보로 지목하였다. 항해사는 이를 통해 B호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임을 확인한다.
4.3 위험 평가 단계
항해사는 B호와의 상대 운동 정보를 GPT에 묻고, 충돌 위험 정도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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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GPT 프롬프트) : “우현 4해리 거리에서 접근 중인 B호와의 충돌 위험이 어느 정도인가요? 현재 본선 선속은 12노트, B호는 15노트로 추정됩니다. DCPA, TCPA, VCD, Dr을 계산해주고, FIS-NC 기반 CRI가 0.01 이상인지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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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 “B호는 약 12분 후에 본선과의 DCPA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정되는 DCPA는 약 0.3해리로 매우 근접한 상태입니다. FIS-NC를 적용해보면 CRI가 0.01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충돌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GPT의 응답을 통해 항해사는 B호와의 정량적 위험 지표(DCPA, TCPA, VCD, Dr 등) 및 CRI 값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CPA가 0.3해리로 매우 가까우며, CRI 또한 임계치(0.01)를 넘는 수준으로 추정되어 즉각적인 회피 기동을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4.4 경로 계획 단계
항해사는 B호의 각도·거리·속력 상태를 고려하여, GPT에 게 조우관계와 COLREGs 규칙 적용 여부를 문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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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GPT 프롬프트) : “B호의 상대 방위(우현 전방 약 45°), 거리(약 5해리), 침로(북서, 약 315°), 속력(15노트), 그리고 본선의 침로(정북쪽, 000°), 속력(12노트)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조우관계가 어느 Sector에 속하는지 계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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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 “제공해 주신 항법 데이터를 기반으로 αr는 약 045°, ϕe는 약 030°가 나왔습니다. 이는 Sector Ⅱ에 해당하며, 현재 본선이 B호에 대해 ‘횡단(crossing)’ 상태로 접근 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LREGs 제15조 및 제16조에 따라 B호의 진로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위와 같은 GPT의 답변을 통해, 항해사는 현재 조우 상태가 ‘횡단’임을 확신하고 COLREGs 규칙 제15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명확한 근거를 확보한다. 이는 직관적 판단에만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 가능성을 줄여주고, 충돌 회피 의사결정에 객관성을 부여한다.
4.5 조치 단계
항해사는 B호를 피하기 위해 우현 변침 또는 감속을 고려 중이며, GPT에게 어떤 방안이 더 효과적인지 자문한다. 또한, GPT의 권고대로 우현 변침을 실시하면서 실행 중 추가 주의사항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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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GPT 프롬프트) : “B호를 피하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바로 우현으로 30도 변침하면 어떨까요? 아니면 속력을 줄이는 게 나을까요? 각각 충돌을 피하기에 충분할 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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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 “두 가지 대안을 평가해 보면, 우현으로 약 30° 변침하면 B호의 선미를 통과하게 되어 두 선박 사이 거리가 점차 벌어집니다. 변침 시 예상 DCPA는 약 1.0해리로 안전거리가 확보됩니다. 이 조치는 COLREGs 규칙 8에 부합하며, 충돌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 입니다. 속력을 12노트에서 5노트로 크게 줄이는 방안의 경우, B호가 우리 선박의 전방으로 지나가게 할 수 있으나 예상 DCPA는 약 0.5해리에 불과해 다소 근접합니다. 또한 감속만으로는 횡방향 분리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현 변침이 보다 확실한 회피 방법으로 권고됩니다.”
GPT는 변침 시나리오와 감속 시나리오를 비교하여 각각의 CPA를 제시하고, COLREGs 규칙 측면에서도 검토하였다. 그 결과 변침이 안전 여유가 더 크고, 규칙에도 부합하는 적극적 회피임을 추천하였다. 항해사는 이 정보를 참고하여 즉각 우현 변침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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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GPT 프롬프트) : “지금 우현으로 30도 변침해서 회피 기동을 합니다. 변침 중에 제가 특히 유의할 것 있나요? 변침 후 B호가 지나가면 언제 원래 항로로 돌아가도 될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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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 “우현 변침을 실시하십시오. 변침 중에는 B호의 동태를 계속 주시하고, 주변에 새로 나타나는 선박이 없는지 레이더와 AIS를 통해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현재로 서는 추가 위험 선박이 감지되지 않습니다. B호가 우리 선박의 우현 후방으로 충분히 지나갈 때까지 새로운 침로를 유지하세요. B호와의 거리가 최소 1해리 이상으로 벌어지면 충돌 위험이 해소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그때 원래 침로인 정북쪽으로 서서히 조타를 회복하시면 됩니다.”
GPT는 변침 중 상황 모니터링 요소(B호 진행 방향 주시, 기타 선박 탐지 등)와 안전 기준(1해리 이상 거리 확보)을 제시하였다. 항해사는 이를 참고하여 변침 완료 후 B호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결국 B호는 A호의 선미를 약 1해리로 통과해 우측에서 좌측으로 넘어갔고, 이후 거리 2해리 이상으로 더 벌어지며 계속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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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GPT 프롬프트) : (수분 후) “B호가 충분히 지나갔습니다. 침로를 다시 정북쪽으로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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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 “네, 충돌 위험이 해소되었습니다. 현재 속력과 침로에서 주변 추가 위험은 보이지 않습니다. 계획된 항로를 따라 계속 항진하세요.”
회피 기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A호는 안전하게 B호의 진행을 뒤로 보낸 뒤 본래 항로를 재개하였다. GPT는 최종적으로 위험이 해소되었음을 확인해 주며 시나리오가 종료된다.
4.6 논의
제안된 프롬프트 설계의 장점은 명확한 정보 구조화와 단계별 질문을 통해 LLM이 최대한 일관성 있게 해상 상황을 분석하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항해사는 각 단계별로 체크리 스트처럼 질문을 던지고, GPT의 답변을 참고해 최종 결정을 내림으로써 인적 오류를 줄이고 COLREGs 규칙 준수를 강화 할 수 있다(Namgung, 2022;Agyei et al., 2024). 또한 해양 현장 에서는 여러 변수(기상, 교통량, 부유물 등)를 항해사가 일일이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GPT가 요약·정리해주면 인지 부담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Miller et al., 2025).
다만, LLM의 오작동(환각 현상)이나 센서 데이터 정확도 문제를 고려하여, 최종 책임과 검증은 여전히 항해사에게 남아야 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 및 실해역 데이터를 활용한 다단계 평가와 전문가 리뷰, 규제기관 인증이 필수적이며, 필요 시 룰 엔진 등 보조 체계를 도입하여 모델 오작동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또한 실제 운항 시스템에 도입할 때에는 UI/UX 설계, 데이터 보안, 통신 안정성, 모델 적합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본 연구의 결과는 충돌회피 의사결정 과정에서 AI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의의가 있다.
5. 결 론
본 논문에서는 LLM인 GPT를 활용하여 유인선 항해사가 COLREGs 규칙을 준수하면서 충돌회피 절차를 한층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단계별 프롬프트 설계안을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 탐지, 위험평가, 경로계획, 조치실행의 4단계를 설정하고, 각 단계에서 항해사가 GPT에 전달해야 할 센서 데이터(레이더, AIS 등)와 질의 예시를 명확히 구조화하였다. 가상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GPT가 COLREGs 규칙 해석과 CRI 추론, 회피 기동 제안, 실행 후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통합적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인적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향후에는 실제 선박 시뮬레이터나 실해역 시험을 통해 GPT 조언의 신뢰도와 항해사 의사결정 품질 개선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AI 모델 버전 관리, 훈련 데이터 품질 확보, 통신 장애 대비 등 다양한 실무적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에서 제안한 단계별 프롬프트 설계안은 항해사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도 AI 기술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